칼 럼

실종된 공중도덕

문석흥 2014. 8. 4. 09:00

실종된 공중도덕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젊은 엄마가 너댓살 쯤 되어 보이는 두 아들을 데리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좀 큰 아이가 오줌이 마렵다고 하니까 엄마는 서슴없이 아이를 데리고 정류장과 인도를 사이에 둔 어느 건물 담벼락에다 오줌을 누게 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제자리로 돌아 오는 광경을 보았다. 또 신호등이 분명히 작동되고 횡단보도도 있거늘 신호등도 무시하고 횡단보도건 아니건 관계 없이 마구 횡단하는 사람도 흔히 본다. 새벽 운동 길에서 보면 애완용 강아지를 데리고 나오는 사람을 흔히 본다. 개들은 길을 나서면 본능적으로 가는 도중 오줌을 조금씩 나무기둥에 뿌리고 간다. 이 정도는 그렇다 치고 대변을 보기도 한다. 그러나 주인은 개가 본 대변을 아무런 처치도 없이 천연스럽게 그냥 가버린다.

   공설운동장에는 농구장 축구장 로울러스케트장 등이 있는데 그 입구에 자전거 진입금지라는 알림판이 엄연히 있는데도 아랑곳없이 들어가 신나게 페달을 밟는다. 또 공설운동장 내에는 넓은 주차장이 텅텅 비어 있거늘 새벽에 단체 운동 나온 같은 직장 동료 들 또는 친목 단체 간에 게임하러 나온 사람들의 차량이 각 경기장을 잇는 좁은 도로를 꽉 메운다. 그래서인가 요즘은 이를 막기 위해 진입 퇴로 입구에 철 파이프를 박아 놓았다. 그 뿐이랴 각 경기장 요소요소에 모양 좋은 휴지통을 설치 해 놓았는데도 자신이 잠시 앉아 있던 자리가 바로 휴지통이 되어 버린다. 그런가 하면 길거리 어디를 가나 담배꽁초가 안 버려진 곳이 없다.

    이렇게 공중도덕이 실종된 곳은 일일이 다 따지자면 한이 없다. 그런 가운데도 한 곳, 공중 화장실만은 세계에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뿐더러 외국인들도 칭찬할 정도로 자랑스럽다. 그것은 관리인들이 종일토록 청소 관리를 하는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이용자들도 언제 들어가도 청결하며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향내마저 풍기는 분위기에 깨끗한 변기와 세면대 그리고 화장지도 항시 사용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으니 어찌 감히 불결하게 사용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알려면 화장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지난 날 우리의 가정 화장실이나 학교, 공중 화장실을 생각해 보면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제 예서 더 바람이 있다면 관리인이 없더라도 지금의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각자의 공중 도덕심이다.

   일본 하면, 과거 역사에서 우리를 자주 침략했고 36년간을 식민 지배를 하면서 우리의 주권과 역사 문화 언어 이름까지 말살했던 철천지한을 품게 한 민족이지만, 일본에 가 보면 그들의 친절성과 가는데 마다 청결하고 잘 정돈된 모습과 대중이 모인 곳이나 지하철 안에서의 잘 지켜지는 질서와 공중도덕은 부러울 만큼 체질화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도덕 교과서의 삽화 한 장면이 아직도 떠오른다. 영국의 한 도시 공원 잔디밭에 모자가 떨어져 있고 그 잔디밭 가에 한 소년이 울고 서 있는 데 지나가던 한 신사가 자신의 지팡이로 잔디밭에 떨어진 소년의 모자를 건져 내어 주는 장면이었다. 이 삽화에 담겨진 교과서 내용의 요지는, 보호되고 있는 공원 잔디밭에 함부로 들어 갈 수가 없어 바람에 날려 떨어진 모자를 감히 들어가 주어 내오지 못해 울고 서 있는 데 지나가던 신사도 잔디밭에 들어가지 않고 지팡이로 건져 주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공중도덕심을 강조한 내용이다.

   지금도 우리가 동남아 몇 나라 여행을 해 보면 마치 지난 날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어느 나라나 그 국민들의 문화 수준은 경제와도 관계가 있겠지만, 공중도덕심의 차이가 더 잘 표현해 주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부터 중·고등학교 대학에 이르기까지 기초적인 공중도덕에서부터 국민 윤리에 이르기까지 가르치고 배운다마는 왜 아직도 우리의 공중도덕심은 높은 수준에 못 이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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