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반인권문화 근절되어야 한다.
군부대 내에서 선임 병들에 의해 무자비한 구타로 사망한 윤 일병의 사건 보도를 접하며, 지난 번 관심병사의 총기 난사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앞으로 군에 입대해야 할 징병 대상자의 자식을 둔 부모들이 이런 군대 풍토를 보고 어찌 마음 놓고 군에 보내고 싶겠는가?
그 동안 군부대 내 총기 난사 사건, 자살 사건, 온갖 인격 모독적인 행위 등 군부대 내에서의 병사들의 사고가 있어왔지만, 그 때마다 재발 방지책이 나왔음은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군 당국의 철통같은 다짐도 일 년이 지났는가, 이 년이 지났는가. 비단 육군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 각 군에서 유사한 가혹 행위의 인권 모독 사건이 봇물 터지듯 하고 있으니 말아다. 그만큼 군기가 실종되었음을 입증하는 게 아닌가.
윤 일병은 이미 지난 4월 6일에 사망했다는데 같은 부대 내의 어느 상병의 신고에 의해 재수사한 결과 이미 한 달 여 전부터 5명의 선임 병으로 부터 지속적인 구타에 의한 사망으로 판명이 났다. 처음에 군 당국에서는 윤 일병의 사망 원인을 “음식물로 인한 기도 폐쇄에 따른 뇌 손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8사단 소속 검찰관은 윤 일병을 숨지게 한 선임병 5명을 상해치사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윤 일병의 온 몸에 난 상처는 ‘실수로 죽음에 이르게 한 치사가 아니라 살인행위로 볼 여지가 많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국방부 검찰단이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가해 병사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의견서를 이 사건을 맡은 3군사령부에 제시하였다 한다. 기필코 이번만은 군부대 내의 가혹행위는 근절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필자도 군에 사병으로 입대하여 제대한 지가 벌써 54년이 지났다. 그 당시의 군대와 요즘의 군대를 비교한다면 급식, 피복, 생활보급품, 내무반 생활환경과 모든 영내의 복지 시설 등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선진화되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병사들 간의 생활 문화는 크게 변한 게 없는 것 같다. 필자가 이등병으로 처음 부대 배속을 받았을 때, “군대는 명령과 복종이요, 계급이다.” “군대는 백지다.”라는 선임병들의 선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그것은 신임병들의 기를 죽이고 제압하려는 엄포에 불과한 것이고 이제부터는 선임병들에게 무조건 굴종하라는 신호였다.
조금만 눈에 거슬렸다 하면 기합 받고 엎드려뻗쳐 자세에서 야전침대 마구리로 사정없이 엉덩이를 맞아야 했다(군대 용어로 ‘빳다’). 그것도 모자라서 차렷 자세로 세워 놓고 권투하듯 주먹으로 얼굴에 훅을 날리기도 했다. 또 온갖 힘든 사역과 시중은 신임병들이 도맡아 했다. 아마도 지난날에 군에 다녀온 사람들 치고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 당시는 일체 외부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 또 알릴 수도 없었다. 이런 부대 내의 인권침해 사건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음이 이번 윤 일병 사망 사건으로도 들어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일은 비단 군부대에서 뿐은 아니다. 학교에서도 있었다. 하급생은 상급생에 경례를 부쳐야 하고 존대어를 써야 했다. 때로는 이유 없이 맞기도 했다. 요즘도 교내 폭력이나 ‘왕따’는 계속되고 있지 않는가. 우리 사회에 아직도 존재하는 선후상하 간에 이런 인권 모독 악습이 대물림됨은 반드시 없어져야한다. 이를 위한 법과 제도도 있어야 겠지만,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감싸주는 그런 푸근한 인간관계로의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하고 무엇보다도 학교에서부터 인성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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