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말은 성실하게 해야 한다

문석흥 2015. 2. 24. 07:57

말은 성실하게 해야 한다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말은 서로간의 의사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기능도 있지만, 내면에 숨겨져 있는 여러 가지 감정을 유발케 하는 자극제이기도 하다. 같은 뜻으로 한 말도 하기에 따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게도 하고, 울게도 하고, 화를 내게도 하고, 기쁨을 주게도 한다. 인간에게  이런 언어의 능력이 없다면 오늘날 인류가 이렇게 만물의 영장이 될 수도 없고 이 지구의 삼라만상을 다스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은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말 한 마디에 천량 빚을 갚는다고 했고, 죽을 사람도 살릴 수도 있다고 한다. 반대로 말 한마디에 안 싸울 일도 싸우게 되고 멀쩡한 사람이 죄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말 한 마디가 긴 인생을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옛 성인들도 특별히 말에 대한 가르침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공자의 구사(九思-아홉 가지 생각)) 가운데 다섯 번 째 언사충(言思忠’)이 있다. , 말은 성실하게 하기를 생각하라는 가르침이다. 명심보감에 언불중리 불여불언(言不中理 不如不言)’이라 했다. , 말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다는 뜻이다.

   말에도 품위가 있다. 말은 곧 그 사람의 교양 수준과 인품을 나타낸다. 그렇다고 때와 장소나 분위기에 관계없이 품위 유지만을 위해 품위 있는 말만 골라서 억지로 하는 것도 오히려 빈축을 사게 마련이다. 때와 장소와 분위기 따라 가려서 하는 것이 말의 묘미를 살리는 것이다. 학교의 선생님이 교단에서 하는 말, 국회의원이 의정 중에 하는 말, 법관이 법정에서 하는 말,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는 말 등, 각기 직업에 따라 나름대로의 품위를 유지하는 적절한 말이 있을 게다.

   요즘 언론 매체를 통해 알려진 이른 바 막말 국회의원, 막말 댓글 판사가 있어 그 이름과 함께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분들의 막말과 댓글이 한두 번도 아니기에 이젠 웬만한 국민들 속에는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거니 하고 각인되어 있다시피 되었다. 이승만 대통령 하면 건국 대통령으로, 박정희 대통령 하면 경제의 기초를 닦은 대통령으로 온 국민이 다 인정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교과서에도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 두 대통령의 과오도 국민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과오보다는 공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기에 역대 대통령들의 인기 순위도 상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새로 당선된 야당의 대표가 국립 현충원에 있는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같은 당의 의원이자 당의 최고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는, 독일이 유태인 학살을 사과하고,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 했다고 해서 유태인이 히틀러 묘소에, 우리가 일본천황 묘소에 절할 수 있겠냐고 하였다. 또 여당의 대표가 봉하마을에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데 대하여서도 양심 불량자’,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표현의 자유도 있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자신만의 시각으로만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 스스로가 살펴봐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의원들은 흔히 국민의 뜻임을 들고 나온다. 과연 전체 국민의 뜻일까? 실제 국민의 뜻과는 먼 경우도 있다. 말에 앞서 먼저 진정한 국민의 뜻과 감정을 면밀하게 살펴서 신중하게 말을 해야 모든 국민들이 그 말을 이해하고 박수를 보낼 것이다. 국회의원은 개인을 떠나 지역 주민의 대변자요, 나라의 입법기관의 한 사람이다. 그에 맞는 품위와 말의 성실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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