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의 친절한 사람들
역 앞 광장이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도로를 가다 보면 어김없이 알지 못할 사람이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면서, “어르신 참 복이 많으신 분 같습니다”라고 말을 걸며 달라 붙는다. 무엇인가 대화를 하고자 달라붙기에 사양하며 내 갈길을 재촉하다 보면 슬며시 떨어져 나간다. 이런 친절한 사람들은 대개 청•중년 남녀 들이다.
무엇을 얻으려고 그러는지는 그들과 대화를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경험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구전으로 들리는 바로는 이상한 종교 집단에서 전도하러 나온 사람들로, 이렇게 길에서 포섭된 사람들을 그들의 아지트로 가서 전도를 하며 사람을 환각에 이르도록 하여 결국은 그들이 하라는 대로 해서 돈을 뜯어낸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어엿한 기독교인 부녀자들 같은데 이 역시 길 가는 사람을 막아서며 “예수 믿고 천당 가십시오”라고 하며 성경귀절이 적힌 작은 팜프렛이나 더러는 물티슈, 사탕이나 이쑤시개가 든 작은 봉지를 주기도 하며 친절을 베푼다. 그래도 길 가운 데 불전함을 놓고 목탁을 치며 염불하거나 확성기로 다중을 향해 포교를 하는 것은 가는 길을 막아서며 말을 붙이는 행위 보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덜 받는 편이다. 이 밖에도 길거리에서 대면하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화나 폰 문자를 통해서 저금리 돈 대출, 땅매매 알선, 보이스핏싱 등 하루에도 심심찮게 보내온다.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도 굼굼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안 당할 것 같으면서도 더러는 이들의 친절과 감언이설에 넘어가 손해를 보는 실제 사례가 언론 보도를 통해 들어 나는 것을 본다. 한 보도에 의하면, 서울에서 21세의 여대생이 40대의 어느 종교단체에서 나온 전도 여성이 다가와 “지금 바로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가족이 모두 지옥에 갈 것”이라며 비용을 대주면 함께 제사를 지내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말에 홀린 여대생은 지갑에서 현금 25원을 꺼내 주었고 이 여인을 따라 인근 종교시설로 가서 제사를 지냈다. 이 전도 여인은 여대생이 약간의 지적장애가 있음을 포착하고 계속 접근하여 돈을 빌려달고 까지 하여 대학 등록금도 내주고 심지어는 금융기관에서 대출까지 받았고 여대생의 아르바이트 급여의 절반을 가로채서 모두 여대생으로부터 3,600만원을 뜯어냈다.
또 이밖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으로 부터 전화상의 대화만으로 금전 사기를 당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수상하게 여기면서도 순간적으로 위기의식을 느껴 시키는 대로 해 주고 나서 사기임을 알게 되고 가슴을 치며 후회하며 사기꾼을 원망해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런 사기꾼들은 앞질러가며 새로운 수법을 써 먹기에 예리한 판단력을 갖지 못한 사람은 쉽게 당하기 일쑤다.
나라의 경제와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삶이 윤택해 지고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 졌는데도 길거리의 이상한 사람들이 생겨나서 유치한 사기 행각을 벌이며, 또 이상한 사교 집단이 생겨 일그러진 포교를 통해 선량한 사람들을 환각시켜 삶을 황폐화 시키는 일이 현실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가 있고 따라서 전도와 포교의 자유도 있으며 신앙의 자유도 있으니 법으로 제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사기성이다.
원래 사기꾼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앞서가는 놀라운 지략을 창출하여 사기술을 펴기 때문에 선량하게 정도를 걷고 살아가는 사람이 그들에게는 쉽게 먹이 감이되곤 한다. 사회가 선진화 되어 갈수록 사기꾼과 사기수법도 비례하여 발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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