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이희아 콘서트를 보고

문석흥 2013. 11. 28. 15:48

이희아 콘서트를 보고



  네 손가락 피아니스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이희아 양을 그의 콘서트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콘서트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주최하고 안성두원공업고등학교가 주관하여 안성 시민회관에서 열렸다.

  이희아 양은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양쪽 손에 손가락이 두 개 씩 밖에 없고 발은 양 쪽 다 없다. 불안스럽게 보이지만 특수 제작된 신을 신고 걸을 수도 있었다. 피아노 의자에 도움 없이 자력으로 올라가 가부좌 자세로 앉아 네 손가락으로 신기하게도 건반을 쳤다. 피아노의 음감도 정상 피아니스트들이 치는 음감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약간 어눌하지만 말도 거침없이 구사했고 영어도 잘하고 아주 명랑하고 활발했으며 유머도 풍부했다. 노래도 소프라노에 가깝도록 잘 불렀으며, 요즈음 젊은이들이 추는 댄스도 학생들과 함께 거침없이 잘 추었다. 오히려 학생들이 위축이 될 정도였다.

  중간 중간 희망토크에서도 시종 웃음 띤 얼굴로 여유와 자신에 찬 대화를 이끌어 갔다. 그는 올 해 23세라고 나이도 밝히고 자신의 장애된 손을 숨기려 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내 놓고 악수도 하고 포옹도 했다. 자신은 피아니스트라기보다 사랑의 전도사라고 했다. 그리고 사랑 밖에 가진 게 없기에 누구에게나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다고 했고 그러기 위해서 콘서트를 한다고 했다. 어린 시절엔 수 개념도 없고 악보의 이해도 못할 정도로 지능 장애가 심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렇게 피아니스가 된 것은 수도 없이 반복 연습을 한 피나는 노력으로 이루어 진 것이며 지금도 연주에 나가 전에 10여 시간을 연습을 하고 나온다고 했다. 또한 아버지도 없이 오늘의 이희아 양으로 키운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며 깊은 감동을 주었다.

  콘서트가 시작되자 장애의 몸을 불안하게 움직이며 무대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솔직히 너무도 그의 모습이 측은하고 안쓰러워 참아 그를 바로보기조차 힘들 정도로 내 마음은 우울함으로 가득 찼었다. 고등학생들이 주로 관람했는데 처음엔 학생들도 숙연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는 토크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고 명랑하게 자신에 찬 대화를 이끌어 가면서 오히려 관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유도했다.

  이런 장애를 안고 불편한 삶을 살면서도 전혀 이를 의식하지 않고 오직 사랑과 기쁨과 희망만이 가득 차 있는 이희아 양을 보면서 왠지 내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

  한 시간 반 동안의 콘서트는 관객 모두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었으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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