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부모정의 실종시대는 오는가?

문석흥 2016. 2. 22. 16:20

부모정의 실종시대는 오는가?


  잊을 만하면 또 생기는 자녀 살해 사건이 계속 나고 있다. 근자에 기억나는 사건만 해도,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여 냉장고에 4년 가까이 보관했다가 버린 사건, 목사가 중학생 딸을 폭행하여 죽게 하고 방안에 이불을 씌워 미라가 되도록 방치한 사건, 일곱 살 딸을 의자에 묶어놓고 폭행하여 죽게 한 후 야산에 암매장한 사건 등 참아 상상이 되지 않는 친 부모 자식 간에 끔찍한 살해 사건을 접하게 된다. 처음부터 살해할 의도가 있었건 없었건 결과적으로 죽게 했으니 부모로서 감히 할 수 있는 일인가.

   또한 어린이 학대 사건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유아원에서 교사가 아이가 밥을 안 먹는다고 해서, 잠을 안자고 작란 질을 친다고 해서 마구 때린 사례, 11살 딸을 친부와 동거녀가 감금 시키고 제대로 먹이지도 않아 정상적으로 발육도 못한 깡마른 아이가 아파트 가스배관을 타고 내려와 마트에 가서 과자를 먹고 있는 것을 온 국민이 텔레비전을 통해 보았다.

   물론 이런 반인륜적인 행동을 한 당사자들은 처벌을 받았지만, 한참 사랑 받고 꿈을 키워 나가며 곱게 자라가야 할 시기에 아무 죄 없이 어른들에 의해 미움 받고 고통 받고 짐승보다도 못한 천대와 학대 속에 죽어간 그 어린 영혼들의 넋은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하겠는가.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본래 이 땅의 부모들은 자기 자식에 대해서는 사랑 정도를 벗어나 자신을 희생할 정도의 무조건적인 정성을 쏟아서 키운다. 일찍이 홀로된 어머니가 어린 자식들을 광주리장사, 남의 집 더부살이, 삭 바느질, 등 온갖 힘든 일 마다않고 하며 대학을 졸업시키는 실제 사례들도 흔히 본다. 그래서 졸업식장에서는 이런 어머니에게 표창을 하는 감동적인 장면도 가끔 본다.

   서양에서는 자식들이 커서 18세가 되면 독립을 시킨다고 하는 데 우리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대학까지 졸업은 물론 결혼도 시키고 집까지 마련해 주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 자금까지 대준다. 그러다가 자립도 못한 자녀들에게 생활비마저도 대준다. 나중에는 짐 싸들고 부모님 집으로 들어와 살면서 노부모들에게 의존하는 경우도 흔히 있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캥거루족이니 빨대족이니 연어족이니 하는 신조어들이 나올 정도 가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땅에 사는 부모들만이 갖는 독특한 자식 사랑인 것이다. 그렇거늘 어린 제 친 자식을 무자비하게 학대 하거나 폭행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고 제 손으로 유기하거나 암매장하는 부모를 어찌 인간이라 할 수 있겠는가.

   ‘tv동물농장프로를 통해, 비록 유기견이지만 새끼를 사람들 눈에 안 띄는 은밀한 곳에 낳아 두고 어미 자신은 제대로 먹지 않으면서도 새끼를 위해 열심히 먹이를 구해다가 먹이며 정성껏 키우는 감동적인 장면을 본다. 또 이미 죽은 지 꽤 된 새끼를 버리지 못하고 어미가 품에 안고 다니며 애처로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짐승이나 사람이나 제 새끼를 먹여 살리며 끝까지 보호하려는 그 모성은 본능이기도 하겠지만 숭고한 인간으로서의 정신이기도 한 것이다.

   근래에 와서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은 점점 식어져 가고 이기적이고 포악해져 감을 곳곳에서 느낀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물질에만 치중하고 정신 수양에는 소홀히 하는 경향에서 오는 게 아닌가 한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의 교육도 인성교육보다는 학력에 더 치중하고 결국 목표는 인류대학 진학. 그리고 출세 그것이 아닌가. 물론 나무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그쪽으로 올인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며칠 전 신문에 미국에 가서 살다온 노 가수 한대수씨가 늦게 둔 어린 딸의 한국에서 교육을 시킬 수가 없어 다시 미국으로 간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다. 그 이유는 어린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는 먼 학력위주의 교육이라는 것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 사회의 물질위주와 학력위주의 교육풍토도 결과적으로 인정을 메마르게 하고 그나마 자식에게 쏟아 붓는 부모의 극진한 사랑과 정성마저도 학대와 폭력으로 변질되어 가지 않는 가해서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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