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수난 속에 지켜온 우리의 설

문석흥 2016. 2. 11. 17:01

수난 속에 지켜온 우리의 설

 

 

   새해 첫 날을 설날이라 부른다. 설날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 첫날을 맞이한다는 데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설날을 명절로 지키며 여러 가지 의식과 놀이를 통해 설날의 의미를 새기며 축복의 날로 보낸다. 그래서 설날에 오가는 인사말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런데 우리는 양력과 음력을 겸용하기에 설을 두 번 맞는 셈이다. 그래서 약 한 달 전후한 사이로 설 축하 인사를 두 번을 주고받게 된다.

   지금 세계적으로 거의 다 양력인 서기 연호를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일상적으로 양력 서기 연호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만큼은 음력으로 지내고 있다. 음력은 옛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왕조에 이르기까지 사용해 오다가 양력을 사용하게 된 것은, 1895(고종32) 명성황후 시해사건인 을미사변 후 친일 개화파들이 추진한 개혁정책으로 양력을 받아들이면서 이다. 이때 설도 공식적으로 양력 11일로 정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양력설을 인정하지 않고 조상 적부터 오랜 세월을 지켜온 음력설을 쉽게 버려지지 않아 이때부터 이중과세는 시작된 것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가 우리민족 정신을 말살시키고자 강제로 음력설을 옛날설의 의미로 구정이라고 폄하하며 못 지내게 하며 양력설을 신정이라 하고 신정 지내기를 강요 하였다. 게다가 설날에 흰 두루마기 입고 성묘나 세배 가는 사람들을 향해 물총을 쏘고 관청이나 학교에서는 조퇴를 금지시키는 등 공권력, 물리력을 감행했다. 이런 억압 속에서도 지켜왔던 설은 광복 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어도 양력을 공식적으로 사용함으로서 이중과세는 불가피 했다. 그러다가 군사 혁명정부에서도 양력 사용이 계속되다가 산업화가 본격화 하면서 이중과세가 외국과의 관계에서 지장이 있다하여 양력설을 설날로 정하고 3일간의 공휴일로 지정되었고 음력설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게 이르렀다. 그래도 국민들 간에는 신정 구정으로 나뉘어 설을 지내는 이중과세의 풍토는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85년 전두환 정부 시절 구정을 민속의 날로 명칭을 부여하고 3일간의 공휴일로 지정하여 사실상 설날로 지내게 되었다. 그 후 1989년 노태우 정부에 와서 본래 명칭인 설날로 되찾게 된 것이다. 그리고 1998년 김대중 정부에 와서는 구정은 설이 아닌 다만 새해 11일로의 의미로 1일공휴일로 축소하였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온갖 수난 속에서도 끈질기게 지켜온 설날, 이제는 더 이상 구정이요, 신정이요 하는 관렴을 지워 버리고 이날에 설날의 의미를 새기며 우리 명절의 아름다운 전통과 풍습을 잘 이어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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