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흥 |
2008-08-18 21:25:18, 조회 : 116, 추천 : 0 |

빗나간 부정(父情)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력혐의사건이 그 동안 수사만 거듭되고 결론이 나지 않으며 연일 논란만 일고 있다가, 사건 발생 2개월 여 만에 드디어 그 혐의가 인정되어 김 회장이 구속 수감되었다. 이제 정확한 법의 판결이 이뤄지겠지만 국민들은 이 사건이 어떻게 된 사건이라는 것을 이미 다 알게 되었다. 그 동안 경찰 수사과정에서, 맞은 술집 종업원들은 맞았다고 주장하고 때린 김승연 회장 부자는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 확보를 위해 김 회장의 가택과 집무실 수색까지 하고 피해자들과의 대질 심문, 현장수사, 업소의 CCTV복원 작업, 거짓말 탐지기 수사, 휴대전화 통화내용 수사 등 각 방으로 애를 쓰고 있으나 소득은 미미한 채 뒷북만 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룹 내에서는 회장님의 선처를 원하는 탄원서를 작성하고 김 회장의 구속을 저지하기 위한 변호인단까지 구성하고 끝까지 무혐의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결국은 김 회장 스스로가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사실 일부를 인정하고 만 것이다. 김 회장은 구속 수감되면서 ‘저 같은 어리석은 애비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기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 자식이 나가서 맞고 들어 왔을 때 그 이유야 어떻든 간에 우선 내 자식을 감싸고 때린 쪽에 대해 보복하고픈 마음을 갖는 것은 어느 부모나 다 같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만큼 자제하고 어른다운 아량과 지혜로운 처리를 하느냐가 문제다. 일반적인 통념으로 볼 때 사회적으로 지도층에 있는 인사들은 도덕성이나 교양수준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고 일반 서민층이라고 해서 다 무식하고 교양수준이 낮다는 것은 어폐가 있겠지만, 사회 계층 고하를 막론하고 어떤 경우라도 폭력으로 보복을 한다는 것은 정당화 할 수 없는 일이다. 우선 대화로 해결하고 아니 되면 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더구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거나 권력이나 재력이 있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서 폭력 보복을 한다는 것은 더욱 불찰이다. 이번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력혐의 사건이 판결이야 어떻게 나던 지금까지의 정황만으로도 김 회장과 그가 이끌고 있는 그룹 전체의 명예와 신인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옛말에 엄한 아버지 밑에 효자가 난다고 했다. 또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 떡 한 개 더 주라고 했다. 자식을 과보호하는데 대한 경종이다. 이번 사건도 따지고 보면 술집에서 시작된 폭행 사건에 불과한 것인데 왜 이렇게 크게 문제화 되었을까? 그것은 그 주역이 대기업 총수 부자였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사회 지도층에게 강한 도덕성을 주문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남용하거나 횡포하며 대중 앞에 군림하려는 자세는 이제 멀리 벗어 던져야 할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