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필 132

별명

별명 가끔 가는 동네 이비인후과 병원에 간호사 둘이 있는데 이 두 간호사는 내가 정년퇴임하기 이전에 근무했던 여자고등학교 제자들로서 둘은 선후배 사이다. 사제 간이기에 갈 적마다 남달리 반갑고 친근감을 느꼈다. 그들 또한 은사인 나에게 각별한 친절과 무엇인가 더 다른 환자들보다 배려하려는 태도가 엿보였다. 그런데 한 번은 갔더니 진료를 받고 나왔는데도 대기하고 있는 환자도 없고 해서 한가롭기에 사사로운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이 제자들이 졸업한 지가 오래되었고 해서 얼굴 기억만 있었지 이름이나 몇 년도 졸업을 했는지 몇 회 졸업생인지를 모르고 있었기에 좀 미안한 감은 들었지만, 비로소 물어 봤다. 그런데 이들 또한 졸업한지가 오래 되어서인지 졸업 횟수는 기억 하면서 졸업 년도는 확실하게 기억을 못했..

수 필 2019.06.19

술 이야기

술 이야기 나는 젊어서부터 술을 마셔왔다. 술 먹는 사람에는 여러 가지 별칭이 따라 붙는다. 술꾼, 주정뱅이, 술망나니, 주태백이 등…, 다 낮잡아 하는 말로 좋은 호칭은 아니다. 나 역시 술을 마시는 사람이기에 나에게도 이런 호칭이 따라 붙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렁이 제 몸 추운다고, 나 자신은 이런 호칭과는 관계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각자가 자기 주량이 있다. 나도 주량으로 치면 술꾼 속에는 들 정도다. 술꾼은 사전에도 ‘술을 좋아하며 많이 마시는 사람’으로 나와 있듯이 주정뱅이나 술망나니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러나 술(알코올)은 마시면 취하게 마련이고 뇌기능에 영향을 주어 눈에 초점을 흐리게 하고, 혀 꼬부라진 말과,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다음날 필름이 끊어져 기억이..

수 필 2018.08.16

첫 손자를 보면서

첫 손자를 보면서 늦둥이 아들을, 그것도 외동아들을 낳고 온 세상 혼자 만난 것처럼 기뻐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아들이 무탈하게 커서 서른 세 살 되어 결혼을 할 때 또 한 번 행복감에 젖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손자가 태어났으니 이 때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또 다른 기쁨과 행복감 속에 젖어들었다. 내 나이 이미 산수(傘壽)를 지났거늘 그래서 그 손자가 더 귀엽고 금쪽같은 소중함이 아니겠는가. 지금까지는 아버지로 살아오다가 이제부터는 할아버지가 되었으니 새로운 내 인생을 사는 느낌이다. 이 손자 녀석이 백일이 되다 보니 사람을 쳐다보고 웃기도 하고 무어라고 소리도 내며 불만스럽거나 배가 고프면 있는 대로 소리 내어 울기도 한다. 깨어 있을 때에는 눕혀 놓아도 안고 있어도 팔다리를 계속해서 움직..

수 필 2018.08.16